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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디자인

A playground designed by Van Eyck

Van Eyck 가 디자인 한 첫 번째 놀이터. 암스테르담 Bertelmanplein 에 있다.  © Amsterdam Photographic Archives ( 010009008748) 

“정글짐은 단순히 타고 오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주 보는 장소이자 내다보는 망대여야 한다 – Van Eyck“.

두꺼운 시멘트로 둘러쳐진 사각 혹은 원 형태의 모래터(sandpit), 반원 정글짐,  tumbling bar. 지금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초등학교 놀이터의 전형적인 구조물들이 아마도 Van Eyck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놀이터는 어떤 장소여야 할까? 공간과 환경을 경험하고 몸의 근육을 쓰고, 사회적 관계를 익히기에 놀이터는 어떤 근원적인 경험을 선사하해야할까? 혹시 1947년에 찍힌 저 사진 속 단순한 구조물에 몇 가지 해답이 있진 않을까?

Bertelmanplein 놀이터를 포함하여 그가 디자인 한 800여 개의 놀이터 중 90여 개는 그 모습 그대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2011년에 발표된 case study도 하나 있다. 

Verstrate, L., & Karsten, L. (2011). The creation of play spaces in twentieth-century amsterdam: From an intervention of civil actors to a public policy. Landscape Research, 36, 85-109. doi:10.1080/01426397.2010.536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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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탈을 쓴 그 사람

Simons와 Chabris의 Selective attention 실험 (일명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관련 자료를 찾다가 문득 고릴라 코스튬을 입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당시 Daniel Simons가 논문을 지도했던 Elisa Cheng이란 학부생이었다. 우등생이었고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신경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사실 그녀는 실험 이후에 (적어도) 한 번 더 고릴라 탈을 썼다. 2004년 Simons와 Chabris가 14회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게 되었을 때, 수락 연설 중 어김없이 Miss Sweetie Poo (이그노벨 수여식에서 수락 연설이 길어지면 “지루해요, 적당히 하세요!” 라고 소리치는 소녀)가 등장하자 고릴리가 나와서 Miss Sweetie Poo를 어깨에 들쳐메고 내가는데 고릴라 탈을 쓴게 Elisa Cheng이었다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걸 찾느라 한 시간 넘게 여기저기 뒤적이다 보니 Elisa Cheng이 언제 누구와 결혼했는지, 심지어 양가 부모님 직업까지 알게 되었는데, 뭔가 개인사를 파헤치는 것 같긴 하지만 학생들은 은근히 이런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니 나중에 써먹어야지.

덧.
Chabris의 99년 박사 학위 논문은 체스 마스터의 인지능력에 관한 것이다. De Groot와 Chase의 체스 마스터 관련 연구와 비교해서 읽기 좋다.

학문은 늘 엄숙하기보단 때때로 그저 호기심을 쫒아가기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그노벨은 정말 괜찮은 상이라 생각한다. 


  • Simons, D. J., & Chabris, C. F. (1999). Gorillas in our midst: Sustained inattentional blindness for dynamic events. Perception, 28, 1059-1074.
  • Chabris, C. F. (1999).  Cognitive and neuropsychological mechanisms of expertise: Studies with chess masters (Doctoral Dissertation). Retrieved from http://en.scientificcommons.org/43254650
  • Chase, W. G., & Simon, H. A. (1973).  Perception in chess. Cognitive Psychology4, 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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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ting a high note?

1993년, Daniel Kahneman과 동료들은 ‘Peak-and-End Pattern’ 관련 멋진 실험결과들을 연이어 발표한다. 그 중 대표격인 논문 “When more pain is preferred to less: Adding a better end“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고통이 느껴질 만큼 차가운(약 14°c) 물에 손을 넣고 한쪽 손은 60초, 다른 쪽은 90초를 견뎌야 했다. 단 90초의 경우 마지막 30초 동안 약 15°c까지 온도를 천천히 올리면서 고통을 완화했다. 같은 실험을 반복해야 할 경우 60초와 90초 조건 중 어떤 걸 선택할지 물었을 때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고통을 더 오래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90초 조건을 선택했다. 두 조건 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Peak)이 같을 경우, 최종 경험(End)에 대한 회상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최근에 Kahneman의 실험을 참고한 흥미로운 논문, “Hitting a high note on math tests: Remembered success influences test preferences“가 발표되었는데 온도가 다른 차가운 물 대신 난이도가 다른 수학 문제를 이용해 학습자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Peak-and-End Pattern을 증명했다. 오래간만에 즐겁게 읽은 논문이다. 특히 JOL (Judgement of learning) accuracy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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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 – 인지심리학의 관점

최근 자연이 인간의 특정 인지능력, 특히 창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작년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에는 “자연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더 창의적인가?“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도 실렸다.

드물긴 하지만 인지심리학 프레임 안에서 ‘자연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본 가설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행연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Hartig의 2003년 논문, 비슷한 시기에 Sweller와 Paas가 썼던 ‘진화론 관점에서 본 Cognitive Load Theory’와 여기 언급된 논문들을 함께 읽어보면 인간은 자연을 경험하는데 별도의 인지적 자원(예: working memory)을 사용할 필요가 없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에 자연을 통한 intervention은 working memory 소모 없이 (마치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 권총처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특히 Geary가 ‘biologically primary knowledge’와  ‘biologically secondary knowledge’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먼저 이해하는것이 좋다.


  • Hartig, T., Evans, G. W., Jamner, L. D., Davis, D. S., & Garling, T. (2003). Tracking restoration in natural and urban field settings.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23(2), 109-123. doi: 10.1016/S0272-4944(02)00109-3
  • Sweller, J. (2004). Instructional design consequences of an analogy between evolution by natural selection and human cognitive architecture. Instructional Science, 32(1-2), 9-31. doi: 10.1023/B:TRUC.0000021808.72598.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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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조명, 소음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반가운 논문이 나왔다. 제목은 “The impact of the classroom built environment on student perceptions and learning”. 제목만 번역하면 우리 그룹 프로젝트 이름과 차이가 없을 정도. 특별한 점은 온도, 조명, 소음을 물리적 학습 환경의 기본 요소로 보고, 이들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한 조건에 묶어 변수로 삼았다. 공간의 impact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실험연구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2014년 우리 논문을 인용하지 않았다는 것? ㅋ

소음과 인지능력의 관계에 대한 연구물을 꾸준히 내고 있는 Staffan Hygge의 논문들을 깊게 인용하고 있다. 서론부에 선행 연구도 잘 정리되어 있다.


Marchand, G. C., Nardi, N. M., Reynolds, D., & Pamoukov, S. (2014). The impact of the classroom built environment on student perceptions and learning.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40, 187-197. doi: 10.1016/j.jenvp.2014.06.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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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환경

공간과 인지

최근에 쓴 논문이 저널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실렸다. 학습 공간이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 프레임 안에서 해석해보자는 이론 논문이다. 1994년에 소개되어 지금까지 널리 인용되는 Paas 와 Van Merriënboer 의 인지부하 모델을 수정하였는데, 개인적으로 94년 논문의 원저자들과 함께 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큰 영광이었다.

이번 논문은 몇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선 ‘학습 환경(learning environment)’ 이라는 용어의 모호함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학습을 조율하려면 ‘무엇을/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누가/누구와’ 학습할 것인지, ‘어디서/무엇을 가지고’ 학습할 것인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인지부하 관련 연구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장소성이나 학습 자료의 물성 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먼저 강조하였다.

사실 1994년 모델은 학습자(learner)와 학습 과제(task) 두 가지를 인지부하의 주된 causal factors로 간주한 반면 환경(environment) 요인들은 학습 과제의 한 측면으로만 다루었다. 수정된 모델에서 교실 온도나 주변 환경의 소음처럼 인지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task 와 learner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남아 있는 환경 요인들을 독립적인 인지부하 요인으로 분리해보려고 했다. 이 때 다소 모호한 용어인 ‘학습환경’을 ‘physical learning environment’로 재개념화 하고 이를 학습자(learner)과 학습내용(task)를 아우르는 포괄적이며 고유한 causal factor로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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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환경

숲 속에는 정말 지혜가 있을까?

자연과 인간 인지 능력 간 상호작용은 여전히 흥미로운 연구 과제다. 사실 교사와 교육 관료, 건축가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이자 삶의 터전을 회색 도시에 두고 있는 대다수 부모에게도 역시 중요한 문제다. 2008년에 발표된 논문을 보니 숲 속을 거닐거나 단순히 자연이 담긴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특정 인지 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 뇌는 단순히 작동(working)하는 게 아니라 ‘dwelling’하고 있는게 아닐까?

최근에 ‘자연환경을 접하는 것과 창의력의 관계’에 관해 van Merrienboer 교수와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정말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숲 길을 자주 걷는다고 답하면서 Grigori Perelman이라는 수학자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포앙카레의 가설이란 수학 난제를 증명했던 유명한 수학잔데 숲이나 산 속에서 자주 은둔했다고 한다. 몇몇 글을 읽어보니 실제로도 사람들을 만나면 산에서 버섯 캔 이야기를 즐겨하곤 했단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에 그가 즐겨 찾던 숲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산에서 나고 자란 내 유년시절이 나에게는 어떤 것들을 주었을까? 숲 속에는 정말 지혜가 있을까?


읽을만한 논문

  • Mehta, R., & Zhu, R. J. (2009). Blue or red? Exploring the effect of color on cognitive task performances. Science, 323, 1226-1229. doi: 10.1126/science.1169144
  • Lichtenfeld, S., Elliot, A. J., Maier, M. A., & Pekrun, R. (2012). Fertile Green Green Facilitates Creative Performa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 784-797. doi: 10.1177/014616721243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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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환경

수능 명당자리

수능 고사장 명당자리를 표시한 그림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로 보고 넘길 수 없는 그림이다.

교실 자리배치에 관한 고전 연구들이 도식화했던 ‘Action Zone’ 과도 어딘가 닮았다.

수능 고사장은 평소 공부하던 교실과 다른 공간일 수밖에 없는데, 거기엔 소음, 조명과 채광 조건, 천장 높이, 책상 높낮이, 감독관 위치, 옆 사람의 행동, 냄새, 온도(가뜩이나 추운 계절인데)와 습도까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 요소가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까? 어쩌면 가능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2009년 Science에 발표된 빨간색과 파란색이 인지 활동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적용해 본다면, 고사장 벽면 일부가 푸른색 계열로 마감되어 있거나, 감독관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면 적어도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풀 때 해당 교실의 학생들이 약간이나마 불리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적용에는 여러 비약이 있지만, 공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직관보다 훨씬 클 수 있고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평소 공부하던 익숙한 교실을 떠나 낯선 교실에서 수능을 보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발생 가능한 부정행위를 막고 고사장 준비를 원활이 하기 위함일텐데, 인지 심리학의 시각으로 볼 때 낯선 곳에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수능은 측정 환경 통제의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엄정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하루 한 번의 일제고사가 향후 인생 경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에서 왼쪽 그림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