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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요즘

2019년 10월에 남긴 기록

아기와 3주

둘째가 태어나고 3주가 흘렀다. 그래도 이번엔 시간이 흐르는 건 느낄 수 있다. 잊고 있었던, 아마도 가장 큰 난관은 한동안 삶에 빈틈이 없어진다는 것. 아기가 너무 어리면 내가 하는 일들 사이에 틈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틈이 나면 잠 자고 씻고 밥 먹는 원초적인 일에 써야 한다. 사실 우린 온갖 생산적인 일들을 이 빈틈을 통해 하고 있었던거다.

아기는 잘 자란다. 종종 이제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만큼 컸다고 얘기한다. 비가역적이다. 그러니 지구에 적응해야 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도 적응해야한다. 그러고 보면 엄마 뱃속은 우주보다 신비로운 곳인 듯. 여기, 지구에, 우리집에, 우리에게 온 걸 환영해^^

관계망

여기서 첫째가 태어났을 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실 워낙 정신 없던 때라 외로운 줄도 몰랐다. 둘째를 임신하고 태어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우리 삶이 단단한 관계망 안에 들어왔다고 느꼈다. 이웃들이 우체통에 넣어두고 간 축하 엽서와, 학교에서 보낸 꽃다발, 지인들의 메시지와 끓여다 준 미역국과, 물려받은 옷가지와, 오늘 어떤 학생이 준 할로윈 양말까지 모두 고맙고, 감사하다.

언제나

누군가와 누군가를 흉보고 싶다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과 하는게 좋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과, 경우에 따라 누구의 편도 될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은데, 이럴 때 변함 없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내와 어머니뿐이다.

어떤 분

최근에 건너 건너 어떤 분을 알게 되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 분이 온/오프라인에 쓰는 글을 계속 읽고 있다. 그 안엔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배우고 생각할 거리가 충분하다. 예민한 관찰력, 좋은 품성, 풍성한 지식이 엿보이는 글들이다.  따로 메모하거나 저장했다가 강의 때도 자주 쓴다. 한 번 찾아가서 만나보고 싶다.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이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무슨 책 제목같은 질문들을 쏟아놓고 몇 시간 차 마시면서 얘기하고 싶다. 이런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영주

EU 영주권이 나왔다. 이건 우리에게 또 어떤 의미일까.

최서진 | Seojin Choi
우리가 아이를 슬프게 해도 될까?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건 우리 시대 상식이 되었다. 무엇으로 어떻게 때리건, 장난 같은 꿀밤이든 회초리를 들었든 간에, 자극을 통해 행동을 교정한다는 식의 행동주의 유산은 벌써 사라져야 했다. 인류는 그런 방식이 결국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걸 느리고 처절하게 배웠다.

우리도 아이에게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혼을 내는 것 자체, ‘훈육’이라 일컬어지는 엄한 꾸지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첫째 아이는 종종 무언가를 잘못해서 혼이 난 후에 슬프다고 한다. 어른들은 가끔 슬프지 않기 위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도 하지만, 글쎄 과연 아이들도 그럴까. 우리가 자녀를 슬프게 해도 괜찮은 건지 정말 잘 모르겠다.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은데, 우리가 이걸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다 아이가 그린 사람과 동물들이 활짝 웃고 있으면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된다. 며칠 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문 앞에 붙어 있는 아이 그림을 봤는데 역시 환하게 웃고 있길래, 그래도 우리 잘하고 있나 보다 하고 잠시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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