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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의 메모

2020년 3월의 메모

재택근무 일주일. 지난 금요일 학교가 급하게 문을 닫았고 수업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데 주말 포함 딱 3일이 주어졌다. 학교 소식지를 보니 수업 90%가 디지털로 전환되었고 다음 주까지 100% 온라인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우리 과도 그렇게 3일만에 모든 걸 디지털로 바꿨다. 수업, 미팅, 프로젝트가 Ms Teams 안으로 모두 들어왔고 다들 마치 전에 해왔던것처럼, 꽤 능숙하게, 때론 능청스럽게 잘 적응하고 있다. 이메일 사용은 오히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이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우린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일하고 가르치는 방식에 있어서는.  

전문가(재택근무 전문가?)들 추천대로, 아침에 아래위 말끔하게 차려입고, 가방 메고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그간 하나씩 장만해 놓은 책상, 의자,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덕에 와이파이가 약한 것 뻬곤 꽤 괜찮은 업무 공간을 만들었다. 점심시간엔 1층에서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고 저녁 준비하기 전에 일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데, 출/퇴근의 경계는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또다른 문제는 살이 찐다는 것. 학교 건강센터에서 재택근무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 영상을 보내줬는데 이미 살이 쪄서 운동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이 학교가 문을 닫은 다음 날 시청에서 우편물이 왔다. 시장 이름으로 발송된 코로나 관련 편지였는데 뒷면에 아이들에게 쓴 편지가 있었다. ‘얘들아,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었구나…’ 그런 내용. 우리 학과에서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도 만들었다. 다들 힘내고,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나도 맡은 부분을 폰으로 찍어 보냈었다. 금요일에는 총장과 코비드  대응팀이 보낸 엽서가 왔다. 크게 “우린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라고 적혀있었고, 전 교직원에게 발송된 엽서임에도 받는 사람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주말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는 왓츠앱 그룹에서 각자 자기 집 앞 블럭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모여서 동네가 알록달록해졌다. 아이 친구 엄마 한 명은 집 앞에 히아신스 구근이 담긴 화분을 놓고 갔다. 연락이 뜸하던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과는 거의 매일 오늘 하루는 뭐하며 보냈는지 얘기를 나눈다. 마음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큰아이 장난감 통에는 70년대 3인치 매치박스 미니카, 80년대 초반 플레이모빌 같은 옛날 장난감들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그 시기 장난감들의 무게감, 비율, 색감을 좋아하는 편. 그리고 오래 남아 사랑받는 제품들의 아이덴티티를 아이가 어떤 면으로든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가끔 아이가 나의 유년을 공유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지금은 새로 사준 레고에 자리를 내어줬지만, 최근에 Tonka의 빨간 사다리차를 구해줬더니 한동안 내내 그것만 가지고 놀았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나도 저런 메탈재질 자동차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사진 속 하얀 Tonka 경찰차는 정말 어릴적 내 장난감 같다. 머리맡에 두고 자고 싶을 지경. 

난 거의 모든 것에, 어떤 균형을 유지할 만큼의 적절한 분량(capacity)이 있다고 믿는 편인데, 감정, 한 곳에 모인 사람의 숫자, 어떤 이슈에 관한 정보의 양 같은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난 주에는 매일 들르다시피 하던 페이스북 그룹에서 나왔다. 회원수가 8천명을 넘어섰으니 이상한 사람 하나둘 섞이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 요즘 들어 너무 많은 정보와 날카로운 문장들이 날 지치게 하곤 했다. 거기서 받던 소식들이 사라지자 마음이 고요해졌다. 나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란 지적 충족과 그에 따르는 피로감 사이 균형을 위해 사람과 장소를 거듭 거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