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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에 남긴 메모

2020년 1월의 메모

차가 한 대 더 필요하여 전기차를 구입했다. 최근 집 바로 옆에 충전기가 생겼고, 세금 면제에, 보험료 할인, 학교에선 직원 카드로 무료 충전도 가능한 데다, 자주 가는 장소마다 전기차 자리는 늘 여유가 있어서 상대적인 주차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전기차 구매는 그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재미있는 건 전기차를 타면서 운전 습관이 바뀌고 있다. 히터를 켜거나 급출발, 고속 주행을 하면 주행거리가 뚝 떨어지는데, 이 때문인지 최대한 전기를 덜 쓰려고 여러모로 애쓰게 된다. 운전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에너지 소비 행위에 예민해졌고, 당연히 에너지를 아끼는, 결국 환경을 덜 해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심지어 분리수거도 전보다 더 꼼꼼하게 한다. 낡은 생각과 오래 굳혀진 습관들이 새로운 기술과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법과 제도적 장치들에 의해 이토록 순순히 바뀐다. 물론, 다소, 유물론적인 생각. 

지난 학기 과목 중 자신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유산과 그것이 본인의 사회화 과정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에세이를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다. 결과물을 받아보니 학생들은 너무나 담담하게 자신의 부모와 그들이 속했던 사회를 통해 배운 것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가정과 사회에서 요청된 도덕률과, 그에 응했던 한 개인으로의 자기 정체성, 성 정체성, 부모의 이혼, 따돌림, 가정 폭력 등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미친 영향, 슬픔, 우울, 관계의 얽힘에 대한 경험 등 단순히 평가자 시선으로 읽어내기엔 힘겨운 주제들이 꽤 건조한 톤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 첫 주 중반이 흘러가기까지 난 이 에세이들을 붙잡고 있었다. 채점의 의미가 없어 보였고 나와 동료는 거의 모두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학점은 나갔는데, 어떤 잔상같은게 남아서… 자꾸 머리와 마음에 맴돈다.  

서진이는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잘 보내고 있다. 학교에 데려다줄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 자기 이름이 적힌 자리를 찾아 앉아있는 걸 보면 그렇게 기특하고 고맙고 감사하다. 아이가 채우는 하루의 경험과 생각들이 얼마나 많고 복잡할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뭔가를 떠올리며 바삐 움직이는 눈동자를 보면서 하루의 큰 보상을 받는다. 혹시, 언젠가 아이가 내게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면, 오늘의 제일 재미있는 일 같은 거 하나는 있어야겠지.

서원이는 그 사이 100일을 넘겼는데, 예방 주사도 한 번 맞았고, 우유도 잘 먹고, 이유식도 시작했고, 볼이 빵빵하고, 잘 웃는다. 둘째가 크는 모습은 첫재 때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이게 책이라면 내가 무얼 읽고 있는지도 모르고 책장을 넘기는데, 일단 책장이 넘어가는 건 참 좋고, 다행히 한 쳅터가 끝날 때마다 요약 글이 있어서 대충 무얼 읽었는지 결국에는 대충 아는 듯. 

One reply on “요즘”

잘 지내시죠? 🙂 더플레이컴퍼니 K입니다. 지난번 보내주신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고 친구들 모두 “우리도 서프라이즈 해줍시다!” 외쳐, 귀한 선물을 받고도 감사인사 한번 안드리고, 바로 저희도 선물을 보내드렸는데… 문득 그 주소가 맞나 싶은… 불안감이 엄습하네요- 허허허 Jacob van Campenplein 40, 3067LB, Rotterdam, The Netherlands 보내드린지가 좀 되어서, 확인차 연락드립니다. 🙂 서울은 코로나로 정말 어수선합니다. 무탈하시길 바라며!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자주 안부 남길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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