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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에 남긴 메모

2019년 8월의 메모

내가 감당하기 힘든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지나가고, 시작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8월이다. 여전히, 난 어떤 사람인지 답을 내지 못한 채, 호인이고 싶었으나 아마도 호불호가 선명히 갈리는 사람으로 마흔 문턱을 넘었다. 지난 몇 달, 내 잘못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나를 뜯어 고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일상은 시시콜콜한 것들 만으로도 금세 가득 채워지고, 밤마다 찾아오는 피곤과 부채 의식을 뒤이겨 잠이 들었다가, 아침이 되면 또 괜찮은 하루, 괜찮은 나를 기대하곤 했다. 나를 배반하는 건 언제나 나였다.

뜨거운 여름이다. 작년처럼, 갑자기 찬 바람이 불면 겨울이 오겠지.

본교로 이동하게 되었다. 아인트호벤 캠퍼스에 독립되어 있던 경제/경영 관련 학과들이 단일 학부(Fontys School of Business & Communication)로 재편되는데, 올 9월 처음 유학생을 받기 시작하는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정든 동료, 학생들을 떠나는 건 아쉽지만 더 안정적인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개인적으로는 기쁘고 감사하다. 

아이와 뒷 뜰 의자에 앉아서 지나가는 비행기들을 봤는데 제대로 하늘을 본 게 언젠가 싶어 놀랬다. 저녁을 먹고 약간 나른할 때 아이를 부르면 내 무릎에 오래 앉아 있는데, 여름이 가기 전에 자주 같이 하늘을 봐야겠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지만, 사진으로 찍어두지 않으면 아마 서로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내가 다시 가게를 열었다. 육아 노동의 로드는 여전하고, 만삭에 곧 둘째까지 태어나는 데다, 그간 엇비슷한 샵들도 생겼고, 지금 공부하는 것, 앞으로 공부할 것들로 바쁘겠지만, 결국 아내는 자기를 닮은 가게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꾸려 갈거다. 언제나 화이팅!

아이의 생각이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 마음과 행동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엉뚱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부끄러운 것과 무서운 것에 대해서도 점점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때때로 아이가 느끼는 창피함이나 두려움이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선 자주/많이 칭찬하고, 안아주고, 기다리고, 이해하고 함께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겨우 태어난 지 4년이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이런 순간들은 훨씬 빨리 찾아온다.

여름 휴가가 끝났다. 그동안 아이는 잠들기 전마다 하루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소중한 이가 갑자기 떠났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페북을 포함한 여러 공간에서, 여러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 더러는 부주의했고, 심지어 슬픔을 전시하듯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히려 가까웠던 사람들은 별 말이 없었다. 사실 나와 아내도 할 말이 없었다. 떠난 이에게 할 수 있는 말도, 남은 가족에게 전할 위로의 말도 잘 찾지 못했다. 그냥 왜 그렇게 빨리 가야 했는지… 그의 죽음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 산다는 건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떠해야 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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