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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환경

HUBB

‘Learning Environment’
Designed by Mecanoo X Gispen

HUBB © Mecanoo

네덜란드 학교, 도서관, 회사들은 좋은 책상, 의자, 조명 구입에 깜짝 놀랄만큼 많은 돈을 쓴다. 설계/인테리어 단계에서 건축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어느 사무소든 자신들이 설계한 건물에 싸구려 가구가 들어가는 걸 좋아할리 없을테니까. 여튼 덕분에 좋은 가구와 조명이 얼마나 왜 중요한지 많이 배운다. 

최근에 틸버그 캠퍼스에서 아인트호벤 캠퍼스로 옮기게 되었을 때 Rachelsmolen R3 빌딩에서 일하게 되어 내심 좋았다. 캠퍼스가 위치한 도로명 “Rachelsmolen”의 앞 글자를 딴 R3 빌딩은 80년대 말에 지어진 낡고 못생긴 건물이었다는데,  Mecanoo 델프트 공대 도서관을 설계했고, 요즘 Tilburg에서 가장 핫한 공간인 LocHal 인테리어를 맡은 건축회사 가 레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사무용 가구 브랜드 Gispen과 함께 작업했다. 덕분에 요즘 값비싼 Gispen 가구들을 마음껏 써보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라운지 체어는 Ellen 2 모델이고, 1층 그룹 활동 공간에 쓰인 모듈형 가구는 두 회사가 함께 디자인 한 Hubb 시리즈다. 이들은 Hubb를 “Learning Environment”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점. 실제 사용하면서 느끼는 학습 환경으로써의 융통성은 (아마도 시공의 융통성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편인데, 그래도 건축 프로젝트에서 물리적 학습환경과 그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아 일단 반갑다.  

전에 스위스 로쟌 공대를 다녀와서도 같은 글을 썼었는데, 잘 디자인 된 공간과 그것이 주는 심미적 만족감은 학습 동기에 영향을 미치기 보단,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구성원을 위한 리워드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멋지다고 더 열심히 공부하진 않는 듯. 


© Gispen

Gispen은 튼튼하고 편리하고 편안하면서 구조미가 돋보이는 사무용 가구를 만들었다. 요즘 제품들이 오히려 옛날 제품보다 조금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튼튼’함 면에서 재료들이 가벼워지면서 무게감이 사라졌달까. 1920년대 천장 조명 (모델명 Giso No. 12, 13은 나도 하나 가지고 싶다), 1940년대 사무용 책상과 책장들은 수집가들에게 늘 인기다.

Gispen Collection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옛날 제품들을 볼 수 있다. 
https://www.stichtinggispencollectie.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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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환경

공간과 인지

최근에 쓴 논문이 저널Educational Psychology Review에 실렸다. 학습 공간이 인지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 프레임 안에서 해석해보자는 이론 논문이다. 1994년에 소개되어 지금까지 널리 인용되는 Paas 와 Van Merriënboer 의 인지부하 모델을 수정하였는데, 개인적으로 94년 논문의 원저자들과 함께 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큰 영광이었다.

이번 논문은 몇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선 ‘학습 환경(learning environment)’ 이라는 용어의 모호함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학습을 조율하려면 ‘무엇을/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누가/누구와’ 학습할 것인지, ‘어디서/무엇을 가지고’ 학습할 것인지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인지부하 관련 연구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장소성이나 학습 자료의 물성 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먼저 강조하였다.

사실 1994년 모델은 학습자(learner)와 학습 과제(task) 두 가지를 인지부하의 주된 causal factors로 간주한 반면 환경(environment) 요인들은 학습 과제의 한 측면으로만 다루었다. 수정된 모델에서 교실 온도나 주변 환경의 소음처럼 인지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task 와 learner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남아 있는 환경 요인들을 독립적인 인지부하 요인으로 분리해보려고 했다. 이 때 다소 모호한 용어인 ‘학습환경’을 ‘physical learning environment’로 재개념화 하고 이를 학습자(learner)과 학습내용(task)를 아우르는 포괄적이며 고유한 causal factor로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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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는 정말 지혜가 있을까?

자연과 인간 인지 능력 간 상호작용은 여전히 흥미로운 연구 과제다. 사실 교사와 교육 관료, 건축가 모두에게 중요한 주제이자 삶의 터전을 회색 도시에 두고 있는 대다수 부모에게도 역시 중요한 문제다. 2008년에 발표된 논문을 보니 숲 속을 거닐거나 단순히 자연이 담긴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특정 인지 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 뇌는 단순히 작동(working)하는 게 아니라 ‘dwelling’하고 있는게 아닐까?

최근에 ‘자연환경을 접하는 것과 창의력의 관계’에 관해 van Merrienboer 교수와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정말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숲 길을 자주 걷는다고 답하면서 Grigori Perelman이라는 수학자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포앙카레의 가설이란 수학 난제를 증명했던 유명한 수학잔데 숲이나 산 속에서 자주 은둔했다고 한다. 몇몇 글을 읽어보니 실제로도 사람들을 만나면 산에서 버섯 캔 이야기를 즐겨하곤 했단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에 그가 즐겨 찾던 숲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산에서 나고 자란 내 유년시절이 나에게는 어떤 것들을 주었을까? 숲 속에는 정말 지혜가 있을까?


읽을만한 논문

  • Mehta, R., & Zhu, R. J. (2009). Blue or red? Exploring the effect of color on cognitive task performances. Science, 323, 1226-1229. doi: 10.1126/science.1169144
  • Lichtenfeld, S., Elliot, A. J., Maier, M. A., & Pekrun, R. (2012). Fertile Green Green Facilitates Creative Performa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 784-797. doi: 10.1177/014616721243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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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fidelity, pluviophile & working memory?

Coffitivity에 접속하면 약간 북적한 카페의 소음이 들린다. Rainy Mood에선 시원한 빗소리가 들린다. 두 웹사이트는 최근 창의력,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하여 유명해졌다. 나 역시 차분히 긴 글을 써야 할 때 Rainy Mood를 자주 이용한다 (추천음악도 꽤 괜찮다). 그런데 이 단순 명쾌한 컨셉의 사이트들은 공간(환경)과 인지의 관계에 관해 다양한 생각거리를 준다. 평소 카페에서 공부가 잘된다고 느끼거나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pluviophile)에게만 효과가 큰 것인지, ‘적당’한 소음과 보다 ‘현실적’인 소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공소음/생활소음/음악이 인지활동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특정 환경에 대한 선호가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어떻게 다른지 등등 실제 실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관련 연구를 많이 찾진 못했는데 환경의 fidelity가 인지부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한 논문은 하나 있다.

  • Van Merriënboer, J. J., & Sweller, J. (2010). Cognitive load theory in health professional education: design principles and strategies. Medical education,44, 85-93. doi: 10.1111/j.1365-2923.2009.0349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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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명당자리

수능 고사장 명당자리를 표시한 그림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로 보고 넘길 수 없는 그림이다.

교실 자리배치에 관한 고전 연구들이 도식화했던 ‘Action Zone’ 과도 어딘가 닮았다.

수능 고사장은 평소 공부하던 교실과 다른 공간일 수밖에 없는데, 거기엔 소음, 조명과 채광 조건, 천장 높이, 책상 높낮이, 감독관 위치, 옆 사람의 행동, 냄새, 온도(가뜩이나 추운 계절인데)와 습도까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 요소가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까? 어쩌면 가능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2009년 Science에 발표된 빨간색과 파란색이 인지 활동에 미치는 상반된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를 적용해 본다면, 고사장 벽면 일부가 푸른색 계열로 마감되어 있거나, 감독관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면 적어도 수학이나 과학 문제를 풀 때 해당 교실의 학생들이 약간이나마 불리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적용에는 여러 비약이 있지만, 공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직관보다 훨씬 클 수 있고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평소 공부하던 익숙한 교실을 떠나 낯선 교실에서 수능을 보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발생 가능한 부정행위를 막고 고사장 준비를 원활이 하기 위함일텐데, 인지 심리학의 시각으로 볼 때 낯선 곳에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수능은 측정 환경 통제의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엄정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하루 한 번의 일제고사가 향후 인생 경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에서 왼쪽 그림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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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 창의성

인지부하이론 (cognitive load theory)은 기본적으로 working memory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에 관한 이론이다. 주로 인간이 한 번에 처리하는 문자/음성/시각정보의 복잡성(상호 연계성)을 다룬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서는 working memory에서 처리되는 ‘인지 프로세스의 총량’을 [정보의 양 + 인지적 활동에 사용된 mental energy의 총량]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 인지부하이론의 관점에서는 영어 단어 단순 암기처럼 내용 간 상호 연계성이 부족한 (i.e. intrinsic load 가 낮은) task는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부하’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mental energy에 관심을 두는 학자들은 외워야 할 단어가 너무 많을 경우 인지적 에너지의 소모로 인해 지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정신적 혹은 생리적) 피로감 역시 인지부하로 보는 것인데, 반론의 여지가 있으나 분명 흥미로운 접근이기도 하고 최근 감정(affect)과 동기(motivation) 등이 인지부하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꽤 의미 있게 다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에너지’ 관련 엉뚱한 질문이 하나 생겼는데 화장실에서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리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사람들의 일화를 인지부하이론의 프레임 안에서 설명할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소변을 본 후 체온이 떨어지는 건 아마 (열)에너지가 외부로 급격히 방출되었기 때문일테다 (Thermoregulation?). 다시 말해 배변 직후는 과잉된 에너지가 내압(이것 역시 일종의 부하니까)을 견디지 못하고 몸 밖으로 배출된 후에 일종의 에너지 평형상태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이러한 에너지 체외 방출이 일시적인 인지능력 향상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누구든 몸의 생리적 반응(특히 배변활동)과 인지활동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알고 있다면 공유했음 좋겠다.

앞서 설명한 mental energy 관점과 이에 대한 짧은 코멘트는 아래 논문들을 참고하면 좋다.

  • Kalyuga, S. (2011). Cognitive load theory: How many types of load does it really need?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23, 1-19. doi: 10.1007/s10648-010-9150-7
  • Schnotz, W. (2010). Reanalyzing the expertise reversal effect. Instructional Science, 38, 315–323. doi: 10.1007/s11251-009-9104-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