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아침

아내. 이른. 아침. 안개.

요즘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테이블 매트 두 장, 굵은 문어 다리 한 개, 호떡 다섯 장, 깻잎 통조림 두 개. 필요를 채워주고 마음을 가득 담아 선물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고맙다.

아기는 이제 이불을 걷어차고, 한 손으로 머리를 긁고, 한숨을 쉬거나, 소리 내 웃을 수 있다.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침대에 누워 밤잠을 청했다. 그걸 문틈으로 지켜보다 울음이 터지면 뛰어들어가 안아주려고 서 있을 때 부모됨이 이런걸까 생각했다. 우리는 이렇게 자라고 있다.

블로그에 이상한 물건들 사진이 왜 이렇게 많으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실 난 좋은 사람 못지않게 좋은 물건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더 읽기 »

아기와 50일의 기록

메모 모음

기저귀 황금 똥을 보며 물개 박수 치는 부모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세상엔 직접 겪지 않고는 쉽게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한 달 동안 연달아 2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하루도 없는데, 처음 며칠 빼고는 크게 피곤하지 않다. 사랑보다 놀라운 몸의 적응력.

세상에 나와 13일 만에 외출을 했다. 우리는 뿌듯했지만, 서진이는 세 시간쯤 울었다.

모성애/부성애가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닌 듯. 생각보다 강한 의지와 끈기, 공부, 체력, 탁월한 스트레스 해소법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육아의 상황은 (꽤) 보편적이지만 일단 우리에겐 특수하다. 더 읽기 »

산책

Utrecht, Holland

 

유월일일

출산 예정일이다. 열 달 동안 뱃속 아이를 무사히, 즐겁고, 행복하게 키웠다. 우린 곧 삼총사가 된다. 두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다.

풍요의 끝

80년대 초중반, 내가 나고 자란 무학산 중턱에 백운사란 절이 있었다. 절집 윗마당에서 계곡까지 가지를 뻗은 큰 감나무가 있었는데 가을이 되면 나무가 온통 감색으로 뒤덮이곤 했다. 계곡 하얀 바위에 떨어진 홍시들은 주황색 물감 뿌린 듯했다. 그때 그 풍성했던 감나무는 내게 풍요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풍요로움은 주변 곳곳에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밤나무 과수원 안에 있었는데, 여름과 가을에 걸쳐 나무에 밤잎, 밤꽃, 밤송이가 가득했다. 늦가을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밤송이들을 조심해야 했다. 뒷문과 연결된 개울에는 물방개, 물맴이, 소금쟁이, 무당개구리, 도롱뇽, 가재가 살고 있었다. 물맴이의 희한한 냄새, 배를 뒤집어 빨간 무늬를 드러내던 무당개구리, 아마도 색소결핍 때문이었겠지만 아이들에게 특별 대접을 받던 하얀 가재가 생각난다. 여름밤 모기장엔 각종 곤충들이 몰려들었다. 손바닥만 한 나방, 크고 작은 딱정벌레, 매미, 가끔 커다란 장수하늘소가 붙어 있기도 했다. 계절 따라 바뀌는 꽃, 잎, 열매의 색은 다양했고, 과실은 풍성했으며, 여러 생물이 각자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다. 더 읽기 »

Montmartre

손님 오는 날

visitors

집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일은 의외로 즐겁다.

 

데이터 복구

2006년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써둔 글이 400개 정도 된다. 대부분 비공개 상태고 그중 다수는 몇 년 전에 백업해 놓은 데이터 파일 상태로 남아 있었다. 데이터를 복구하며 지난 글과 사진을 하나씩 되살리고 있다. 고작 몇 년 전에 쓴 글이 다시 읽기에 부끄럽고 불편한 걸 보면 글솜씨는 물론 사람 자체가 영 별로였던 것 같다. 하긴 지금이라고 그때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어제 쓴 글을 오늘 읽어도 개운하지 않다. 어쨌든 너무 쉽게 잊었던 일화와 각종 생각이 오래전 글에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지난 시간을 곰곰이 되돌아보고 있다. 나중에 돌아보아 덜 부끄러운 삶을 살아야 할 텐데…

스프

soup

백조의 호수

balet_amsterdam

긴 정기공연의 끝무렵. 저들은 반복되는 공연의 타성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돈은 그렇게 오지 않는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무얼 대충대충 겉만 그럴듯하게 해서는 푼돈 벌기도 힘들다는 것. 적어도 내 인생에 돈은, 그런 식으로는 오지 않더라.

 

파리

paris_06-1

정리

bye

주위에 별로 알리지 않았지만 나와 아내는 2011년 9월부터 오늘까지 작은 가게를 운영해왔다. 사실 아주 가볍게 시작했던 이 일은 점차 커져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까지 우릴 이끌었다. 돌아보면 몇 번의 기적이 있었다. 마침 그때 거기 그것이 있었고,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났다. 우연이라거나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엔 너무 극적인 일들이었다. 더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