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수련회, MT 안전 관리

난 학교나 교회의 단체 여행(수련회, 수학여행, MT 등)에 대해 늘 부정적인 입장이다. 효용 논쟁보단 안전 사고 가능성 때문이다. 한 개인이나 단체가 그 구성원, 특히 아이들의 생명을 어찌 감히 ‘책임’질 수 있을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단체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는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식의 반론은 이 경우에 적합하지 않다. 아마도 우린 ‘계량하기 힘들만큼 큰 책임감을 왜 굳이 만들어서 누구에게 지워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 가장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그걸 막기 위한 최선의 대비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력을 갖추었는지,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과연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

물론 ‘만약의 위험’은 관례대로 이어지던 수학여행, 교회 수련회, 대학 MT 등의 단체 여행을 막을만한 효과적인 명분이 되지는 못한다. 이럴 땐 안전 관리와 사고 대비에 관한 매우 높은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캠프를 진행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준은 까다로울수록 좋고, 통과보다는 탈락을 지향해야 한다. 높은 안전 기준을 정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결국 생명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사실 권위를 행사하는 ‘인증’프로세스가 가지는 순기능이 이런 것이다.

아래 그림 (크게보려면 클릭 후 다른 이름으로 저장)은 예전에 만들었던 캠프 안전 확보를 위한 Flow chart 다. 세부 메뉴얼이라기 보다 캠프 진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 점검 단계 정도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듯 같지만, 이걸 만들 당시엔 이 정도의 준비를 할 역량이 있는 교육기관과 작업중이었다. 아래에 부가 설명을 해 놓았듯이 현실적으로 충분히 적용할만한 내용들이 있고 몇몇 학교의 경우 이미 비슷한 안전관리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곳도 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니 참고용으로만 써도 좋겠다.

근런데 난 솔직히 이 정도의 기준조차 충족할 수 없는 학교와 교회는 단체 캠프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부가설명

  1. 위 Chart를 기준으로 하면 12세 미만 아이들의 2박 3일 이상 캠프는 아예 불가능하다.
  2. 단체 이동수단에 있어, 카풀로 다른 학생을 태운 학부모나 교사의 개인 차량, 배편, 고속버스, 전세버스(소형 승합차 포함)를 아예 이용하지 못한다. 즉 해당 기관에 소속된 전속 운전기사가 모는 전용 버스, 기차, 비행기, 도보로의 이동만 가능하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전세버스와 배편은 기차와 비행기보다 통계적으로 사고 위험이 크다. 고속버스나 전세버스의 차량 상태와 운전자 컨디션 (졸음/음주운전), 선편의 드러나지 않는 위험요소 등을 학교나 교회가 별도의 권한 없이 점검하기 어렵다. 물론 기차와 비행기의 안전성 역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겠고 나 역시 일부분 동의한다. 다만 배편과 전세버스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위 Chart 기준으로 이럴 경우 캠프는 전면 취소되어야 한다.
  3. 경우에 따라 다르겠으나 응급구조사나 의료진을 섭외하는데 생각만큼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전에 한 교회의 1박 2일 수련회를 기획하면서 전문의를 섭외한 적이 있는데 비용은 100만 원을 조금 웃돌았다. 인근에 대학병원이 있으면 의대본부를 통해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비용과 절차가 부담된다면 구성원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섭외를 할 수도 있겠다). 의료진 섭외시 캠프 기간동안 별도의 개인 숙소를 제공하여야 하며 외부 숙소를 제공할 시 캠프장에서 차량으로 5분 내의 숙소를 정하여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위약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기준을 조금 낮추고 싶다면 인솔교사나 스텝 중 최소 2명이 소방서나 병원에 방문하여 간단한 응급처치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도 좋다.
  4. 영양사의 경우 단발 계약 형태로 구인 공고를 내도 좋고, 관련 협회에 파견 문의를 할 수도 있다. 캠프 기간 영양사에 대한 적정 임금은 일당 3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캠프 프로그램이 확정되고 식단이 정해지면 영양사에게 미리 자문해야 하며, 영상사는 캠프 일정동안 조리 과정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고 감독만 해야한다. 식단 작성 과정에서부터 영양사가 참여할 수도 있다. 이때 자문비는 20만 원이 적당하다. 영양사 역시 별도의 개인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섭외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위약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5. 얼핏 순서가 뒤바뀐 듯 하지만, 이동수단 준비와 의료진/영양사 섭외까지 모두 끝난 후에 캠프 참가 여부를 묻고 동의를 구하는 설문조사가 시작된다. 해당 캠프가 어떤 안전 대책을 마련해 두었는지 보호자(학부모/인솔교사)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캠프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여 캠프 진행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캠프 진행 여부는 기획 단계가 아니라 준비가 거의 완료된 끄트머리에 확정되며, 가장 큰 결정권은 보호자(학부모/인솔교사)에게 있다. 보호자들이 캠프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다시 준비하거나 캠프 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 따라서 캠프의 기획은 전임자를 세워 적어도 3개월 전에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설문조사 후에 캠프 전면 취소가 결정될 경우, 사전 계약이 완료된 지출 항목(예를 들어 의료진 섭외)은 상호 합의한 위약 조건에 따라 계약 취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6. 부가적인 요소로 캠프 기간 동안 사설 경비를 요청하는 것도 좋다. 전문 용역경비업체를 통하면 되며 경비 1인 1박에 요청 비용은 30만원 선이라고 한다. 
  7. 위 flow chart 는 여러 면에서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자체 교육청이 가지고 있는 수학여행 안전지침 등을 우선하여 개별 기관에 적합한 flow chart 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다만 기준을 낮추는 건 지양했으면 한다.
  8. 위 내용은 조건 없이 수정 배포할 수 있다.

 


Hamra by Collectif Encore

오랜만에 스크렙하고 싶은 건물 발견. 탁 트인 대지, 굴뚝/난로/사다리/지붕/욕조의 활용법,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창, 단순한 매스, 콘크리트와 나무의 합, 주택이자 일하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우겨넣으면 대충 이런 건물이 나오는구나.

설계 및 인테리어 디자인: Anna Chavepayre, Collectif encore

사진: Michel Bonvin

https://www.archdaily.com/910867/hamra-collectif-encore

 

요즘

요즘 진저브래드맨에 푹 빠져있는 서진이와 만든 과자. 지난주 쿠키맨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파우더랑 장식용 설탕 튜브를 샀었는데, 오늘 보니 집에 버터가 없어서 아이와 슈퍼에 다시 다녀왔다. 버터를 손에 들고 핑크퐁 진저브래드맨 노래를 부르며 신나했다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모든 게 너무 좋다.

더 읽기 »

LC3 POLTRONA, Cassina

외출보다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멋진 암체어는 인생 소품이다. 

더 읽기 »

요즘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상하게도 난 어디서나, 아무리 짧은 순간에도 A와 B의 차이를 끊임 없이 의식했던 것 같다. 사람, 물건, 장소, 서비스까지 좋은 건 좋고 나쁜건 너무 나빠서, 단순한 차이를 넘어서는 커다란 급간이 느껴졌다.  더 읽기 »

Tap

결혼 10주년

벌써 10년. 한 팀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들.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기

Fontys에서 일을 시작할 때 노트북, 휴대폰과 심카드, 사물함 하나를 받았다. 난 내 방이 따로 없고 ‘Factory’라는 공간에 빈 자리가 있으면 그냥 앉아서 일한다. IT부서나 행정직원들은 대부분 자기 방과 책상이 있는 반면, 학과에 속한 사람들은 심지어 학장까지 노트북 하나 들고 빈 자리를 찾아다닌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자료를 PDF로 읽고, 글은 워드에 쓰며, 계산은 엑셀로, 강의 자료는 PPT로 만든다. 함께 쓰는 자료들은 클라우드에 있고, 나 역시 모든 자료를 공유폴더에 저장하고 싱크 시킨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리는 오피스 도구 덕에 실시간으로 작업하여 공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고 보니 일하는 방식이라는게 이렇게나 빨리, 많이 변했다.

더 읽기 »

요즘

올 여름은 유독 길고 더웠다. 그러다 어느 날 찬 바람이 불더니, 뜨겁고 환하던 여름이 갑자기 끝나버렸다. 물론 휴가도 함께 끝났다. 이 집에서 아이와 처음 보낸 여름은 정말 좋았다. 부엌에서 뜰 쪽으로 난 문을 열어놓으면 아이는 온 종일 집 안팎을 오가며 놀았다. 이 집도 아이를 키운다.

공룡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큰 공룡이고 아이는 아기 공룡이었는데, 배가 고파서 엄마를 먹어야겠다고 하니 아이는 나를 막아서며 그러면 안된단다.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 으어~ 소리를 내며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갑자기 자기를 대신 먹으라고 소리쳤다. 이게 그 아이를 키우다 갑자기 울컥한다는 그런 순간인건가.

더 읽기 »

폰티스(Fontys) Academy for Creative Industries

 

8월 20일부터 Fontys ACI(Academy for Creative Industries)로 출근한다. 일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에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되었다. 평소 관심 있던 창의성, 디지털 비즈니스 컨셉에 관해 가르치면서 연구 시간도 가질 수 있고, 2019년에 입주할 새 건물의 학습공간 디자인 과정에 일부 참여하기도 한다. 박사 논문 주제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고, 일종의 정년 트랙에 들어왔으니 여러모로 내 경력의 중요한 분기점에 온 것이다.
더 읽기 »

Jamiroquai Bee Gees Mashup – Pomplamoose

어라,

슬픔의 유통 기한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오래 슬퍼할 일이 생길때면, 난 이 슬픔의 유통 기한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어느 동안은,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농담이나 누군가의 사사로운 일상을 보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그 역시 내가 슬픔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 비판하겠지만.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슬픈 일들이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그것이 아무런 의미도 아닌 사람들이 남기는 글을 읽으며 난 피로와 배신감을 느낀다. 되려 이를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 악인이 너무 많은건 아닐까 생각했다.

세월호가 가라 앉을 때 그 슬픔에는 기한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난 금새 다시 웃었고, 일상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내게도 어떤 기한이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짧았다. 나도 결국 그냥 타인이었던 걸까… 

내가 친구와 선생으로 여기는 많은 이들이 어제 오늘 많이 슬퍼하고 있다. 나도 한 마음이다.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슬픔의 유통기한과 상관 없이. 

아 정말. 멋지군.

Three Meals a Day

하루 세 끼 밥 먹은 기록

더 읽기 »

겨울의 끝.

긴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온다.

더 읽기 »

요즘

칭찬을 받고, 인기를 얻고, 높은 지위에 올라 세력을 가지게 될 때 사람들은 변했다. 유명세란 어떤 방향으로든 결국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대게 나쁘게 변했다. 한 명씩 등을 돌리고 거리를 두었지만 인파에 묻혀 유치하고 추잡한 언행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칭찬에 익숙해진다 느낄 때, 앞에 서서 말 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문득 두려운 마음이 든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란 말에 공감했다. 정말 마음은 별로 늙지 않았다. 그 때 설레었던 것들은 지금도 똑같이 그렇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냥, 몸과 마음의 간극을 넓히는 일일 뿐.

어떤 사람이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대체로 이야기를 잘 들었지만, 더 읽기 »

명함을 주고 받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