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이 끝났다. 가족과 함께한 거의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다.
신입생들이 왔다. 20개 국가에서 온 80명. 스무 명씩 4 클래스로 나뉘었는데 이들 중 한 클래스의 책임 선생이 됐다. 앞으로 4년 동안,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학교생활 전반을 살피고 돕는 역할이다. 전 교직원이 긴장과 기대감을 안고 이들을 맞았다. 난 네덜란드 대학의 이런 면이 참 좋은데, 매년 학생들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늘 친절한 건 아니고, 차차 서로 실망도 하겠지만, 어쨌든 우린 이들을 기다렸고,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다. 이건 학과가 신입생 유치면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과 별개의 것인데, 그냥 학생들이 오니 설레는 거다. 어쩌면 이게 네덜란드 교육의 힘일지도.
갑자기 인스타그램이 하고 싶어졌다. 난 주로 이곳(www.zitdazitda.net)에 내 이야기를 적어왔는데,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작동하고, 내 이야기가 어떻게, 얼마나 퍼질 수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페이스북은 언제나 어렵다. 연결된 사람은 적은 데, 가까운 사람, 먼 사람, 그냥 대충 아는 사람, 내가 좋아서 팔로잉하다 친구가 된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보니 타겟이 선명하지 않고, 난 거기 일기를 써야할지, 논술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의 것들을 꺼내놓고 싶은 욕망은 나이와 상관 없이 전혀 줄지 않는다. 그게 자랑이든 반성이든, 아는척이든 아는채이든,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상관 없이.
브랜드, 또는 그들의 대표 제품을 깊이 공부하는 것으로도 브랜딩을 배울 수 있을까? 왜 Dahon이 충분히 좋은 자전거임에도 Brompton에 끌리는지, 테슬라 3와 포르쉐 911 구형 중 하나를 고르라면 왜 선택이 쉽지 않은지, 1980년에 생산된 Louis Poulsen PH5를 완전 분해 해본다던지, Pinarello Asolo 나 Koga Miyata 클래식 투어링을 타고 강변을 달려보고, 80년대 플래그십 카메라 3종(Nikon F3, Canon nF-1, Pentax LX) 비교하는 등등… 물론 다들 지극히 내 취향이긴 하지만.
퇴근하고 오니 아내는 아이를 재우러 2층에 올라갔고, 1층엔 아내 노트북 화면 보호기만 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로 아이 사진이 나오는데, 사진만 보고 있어도 피로가 사르르 풀렸다. 아이를 재운 아내가 내려오고 나서도 둘이서 한참 화면 보호기를 보고 있었다. 물론 아이와 대면해서 놀면 피로가 더 쌓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잘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에 큰 힘을 얻는다.
2015년에 태어난 아이는 오늘부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점심시간에 아이를 다시 집에 데려와서 밥을 먹이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수업에 다시 데려다주어야 한다. 하루 네 번씩 학교 앞에 가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내는 잠시 데려와 밥 먹이고 다시 보내는 게 은근 좋았다고 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책도 봤다가 소파에서 잠시 뒹굴거린 후 다시 학교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