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육제도

네덜란드 유학 정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 번 적어보았음.
업데이트 (2018년 11월 23일)

 

The Dutch education system, https://www.s-bb.nl 위 표가 꽤 정확한 것 같다. ‘Associate Degree’의 위치도 잘 나와있고.

1. 네덜란드 교육과정

1.1. 초등학교 과정

초등학교는 4살부터(한국 나이 5살) 1학년을 시작하여 8학년까지 다닌다. 네덜란드 교육과정은 초-중고등-대학 진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초등학교 졸업 직전에 향후 어떤 레벨의 중고등학교-대학 연계 과정으로 진학할 것인지 어느 정도는 미리 정해진다 (교사가 초등학교 내내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선언하듯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대다수 학생/학부모들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과정 중에 바뀔 수도 있다.

1.2. 중고등학교 과정

중고등학교 과정은 12살부터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이다. 중고등학교를 마치는 시기가 다른 이유는 앞으로 진학할 대학의 레벨에 따라 1년에서 2년 동안 대학 예비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중고등학교 과정은 학생 희망보다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레벨이 정해지며, 레벨별 졸업 시험 과목들을 다 통과할 경우 연계된 대학과정 입학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진다. 대학들은 (실제로 꼭 그렇지도 않고 학교나 전공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스크린 과정 없이 원서를 넣은 학생들은 다 입학시켜야 한다. 레벨별로 설명한다면, VMBO라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4년 동안 다니면 MBO 레벨의 대학으로 (일부는 HBO로 진학 할 수도 있다), HAVO라는 과정을 5년 만에 졸업하면 HBO, VWO를 6년 동안 다니고 졸업하면 WO에 진학할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HBO로도 간다). 개인적인 이유 또는 노력 여부에 따라 자신의 과정을 중간에 바꿀 수도 있다.

1.3. 대학과정

보통 네덜란드에서 MBO는 대학으로 보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학교 이름이나 과정에 “University”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개념상 한국의 전문대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전 설명처럼 VMBO라는 중고등학교 과정에는 ‘대학 예비과정’에 해당하는 과정이 없기에 4년 만에 졸업이 가능하고, 졸업 후에는 대부분 MBO라는 직업훈련학교로 진학한다. 즉 MBO의 교육은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한 학생이 곧바로 따라가기에 무리 없을 정도이다.

네덜란드에서 대학 교육은 미국으로 치면 칼리지에 해당하는 HBO, 흔히 연구중심대학이라 불리는 WO, 이렇게 두 가지 레벨로 다시 구분된다. 이에 대한 구분은 나중에 따로 설명하기로 하고, 각 레벨에 따라 학부 졸업에 드는 기간이 다른데, HBO는 보통 4년 만에 졸업장을 딸 수 있고 (학교/학과에 따라 3년만에 졸업하는 패스트 트렉도 있다), VWO는 보통 3년이 걸린다(전공에 따라 4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학과도 있다). WO의 교육이 더 짧아보이지만 실제 졸업하는 학생들의 나이는 거의 같다. HAVO의 경우 중고등학교 5년 과정 중 마지막 학년을, VWO의 경우 6년 과정 중 마지막 두 학년을 한국으로 치면 대학 준비 과정으로 썼다고 보기에 둘 다 중고등학교-대학 연계과정의 총 기간을 5년으로 보면 된다. 단 WO의 경우 학부-석사 통합과정의 형태를 띤 곳이 많고, 의대처럼 전공에 따라 4년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하며, 일부 HBO는 3년 만에 졸업장을 딸 수 있는 우등코스를 두기도 하기에 모든 학교/학과에 일괄 적용되는 설명은 아니다. 또한 HBO에서 1학년을 잘 보내고 Propaedeutic Assessment라는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 통과하면 WO 1학년으로 입학 할 수도 있다. 즉 같은 해에 태어나 VWO에서 6년을 보낸 학생들이 WO로 바로 진학할 때 같은 교실에서 만날 수도 있다. 일부 WO 대학들은 이 과정을 파운데이션 과정이라고 부르면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스크리닝 하는 프로세스로 사용하기도 한다.

MBO, HBO, WO를 나누는 개념적인 기반은 특정 직업군, 혹은 특정 지위에 요청되는 논리(수리)적 사고력과 어휘력, 글쓰기 능력, 외국어 능력 등에 차이가 있다는 가정이다. 네덜란드는 이런 레벨 구분에 관해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 같은데, 현실 세계는 복합하고,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모든 ‘구분짓기’에 대해 한 번쯤 반문하는 시대에 살다 보니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이란 비판이 늘고 있다. 여기에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특정 교육 철학이나 종교에 바탕을 둔 특수한 학교들도 존재하고, 외국인 학교 졸업생, 해외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유입되는 학생들까지 더해지면 변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 현장에 있으면서 드는 생각은… 수준 높은 어휘력과 글쓰기 능력이 고등 교육에서 좋은 결과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Indicator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따라서 저런 구분은 어떤 측면에서는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네덜란드 교육과정은 각기 다른 레벨을 오갈 수 있도록 뒷문이 활짝 열려 있다. 따라서 너무 어린 시기에 한 명의 교사에 의해 진로와 향후 인생이 고착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번 수정의 기회가 있다.

1.4. 대학원 과정

HBO, WO 모두 석사 학위과정이 있지만, WO에서 연구 석사 트렉을 밟았을 경우 박사 과정 진입이 더욱 쉽다 (일부 학과는 연구 석사학위를 필수로 요구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박사학위 과정은 대학원이라기보다는 직장이며 실제 대부분 박사 포지션은 구직 사이트에도 같이 올라단다. 하지만 자기 학과 연구 석사를 아주 잘 마친 학생이 (내정자까진 아니더라도) 박사과정에 취업 될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일부 학교 일부 학과는 이러한 과정마저 더욱 투명하게 만들겠다며 박사 후보생 선발을 교수가 아니라 학교 입학처로 넘겨버린 경우도 있다. 어떻게 직장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일단 정교수를 포함한 기존 연구그룹이 국가 지원 연구비를 수주하면 보통은 3-4년정도 연구를 함께 수행할 박사 후보생 연구원의 급여가 포함되어 있다. 네덜란드 박사후보생은 연구 프로젝트에 단기 고용된 연구원이며, 학부 석사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하기도 하는 해당 학과의 동료로 인식된다. 물론 자신이 참여한 연구 프로젝트의 논문 출판에 기여해야 하고 결국 이를 묶어 책으로 출판하면서 박사 학위를 받는다. 자신이 직접 박사학위 주제를 정하지 않아도 되며 기본적인 이론 연구는 이미 자신의 지도 교수가 될 분들이 지원금 탈 때 쓴 제안서를 참고할 수 있고, 대다수의 논문 지도 교수들이 성실하게 함께 논문을 쓰기 때문에 논문 출판의 기회도 크다. 단 자신의 연구를 스스로 개척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고, 일부 대학들은 미국처럼 박사과정을 대학원에 포함시켜서 일종의 코스웤을 제공하기도 한다 (보통의 박사과정은 일만 있고 수업은 없다). 유학생 역시 박사과정에 들어오면 네덜란드 입국시 학생비자가 아니라 취업비자를 받는다. 많은 박사 후보생이 국가가 정한 (꽤 넉넉한) 급여를 받으며 연구하지만, 전공에 따라, 혹은 당장 빈자리가 없어도 꼭 어딘가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싶을 경우 무급으로 박사학위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역시 취업 비자를 받고 일할 수 있지만 급여는 없지만 오피스, 각종 시설 이용 권한, 학회 참석비 지원 등의 부수적인 지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HBO의 경우 Lector 가 이끄는 연구 그룹 안에서 박사 학위과정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협력하는 WO 대학 한 곳의 Full professor가 공동 지도교수로 지정된다. WO의 경우 Full professor가 (연구 예산만 허락한다면) 꽤 자유롭게 박사 후보생을 선발 할 수 있다. 물론 학교마다 차이는 있다.

 

2. 실무중심대학(HBO)과 연구대학(WO)의 차이?

  • 차의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사라지는 중
  • 연구중심대학(WO)과 교육중심대학(HBO)로 번역하는게
  • 더 흥미로운 포인트는 치고 올라오는 MBO

두 종류의 대학에서 일한 내 경험, 동료들의 의견, 졸업생들의 의견, 졸업생 취업 상황,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고려했을 때, 이 둘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고, 그마저 사라지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석박사 과정의 설치가 WO에 제한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HBO도 석사과정이 있고 Lector라는 Full professor급 연구자를 학교에 둘 수 있게 되면서 소위 논문쓰는 대학원의 설치도 가능해졌다.

사실 앞서 설명했듯이 HBO와 WO를 선명하게 나누는 기준 자체가 다소간 구시대적 발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HBO와 WO 간 진영싸움이 결국 흙탕물을 만든 샘이 되어, 어쩌면 머지 않아 이 경계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교육의 방향성 차원에서 본다면 연구대학(WO)도 벌써 오래 전부터 실무 중심, 학문의 실용성, 취업 친화적 교육, 기업가 정신, 협력학습 등 HBO가 간판으로 삼던 교육관을 강조하고 있고, 실무중심대학이라 불리우는, 그래서 연구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던 HBO 역시 많은 연구물을 생산하며 정부발 연구 지원금 파이 크기를 넓히고 있다. 이렇게 경계가 희미해지게 된 두 가지 큰 이유는, 아마도 가르치는 전공과 가르치는 선생들의 역량 차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종교학, 경영학, 법학, 건축학은 HBO에도 있고 WO에도 있다. 심리학도 양쪽에 다 있고, 가장 실무적인 교육을 할 것 같은 MBA나 건축학은 WO가 강세고, 노인학, 종교학, 사회복지학 같은 연구 기반 프로그램은 HBO가 더 잘 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전공이 HBO와 WO 모두에 있을 때 졸업 후 받게 되는 디플로마의 배타적 특성(예를 들어 수여되는 자격)에는 차이가 있다. 또한 가르치는 선생들 역시 HBO는 박사 학위자를 WO는 선생의 사회 경력이나 네트워크를 중시하면서 결론적으로는 서로의 차이가 줄어드는게 느껴진다. 미묘하고 복잡하며, 계속 변화중인 이슈랄까.

WO와 HBO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데 대한 내 최선의 설명은 이렇다. 일단 둘 다 실무 중심적이다. HBO는 논문이나 서적의 출판 없이도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직업군의 실무 교육에 집중한다. 반면 WO는 인류 역사에서 학문 영역으로 굳건히 인식된 몇몇 분야 (예를 들어, 심리학, 의학, 물리학, 수학, 화학, 생물학, 언어학, 신학 등)에서 ‘활자화된 연구물 (주로 저널에 실리는 논문) 출판’이라는 실무를 수행할 ‘연구자’라는 직업군을 키우는 실무 교육에 집중한다. WO와 HBO 모두 석사과정이 있는데, WO의 석사는 박사과정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의 역할이 크고 (그래서 실제 이름도 ‘연구석사’다), HBO의 석사과정은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커리어 패스 중 하나로 역할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름은 ‘전문석사’). 따라서 둘 다 실무 중심이란 면에서 “실무중심대학”이라는 (누가 쓰기 시작했을지 모를) 번역을 HBO에만 쓰는 건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HBO는 “전문대학”이라는 한국어가 맞다. 그러나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되는 교육과정은 MBO라고 따로 있기에… 굳이 구분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연구중심대학(WO)’과 ‘교육중심대학(HBO)’으로 번역하는게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한국 대학과 네덜란드 대학을 같은 선상에 비교하려는 시도는 안 하는것도 좋겠다. 내 생각에 한국 대부분의 대학은 HBO, WO, MBO가 마구 섞인 형태고 (이게 나쁘다는 말은 아님), 일부 대학 일부 학과들만 WO와 같은 연구 중심 실무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대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이 때 고객은 1차적으로는 예비신입생, 2차적으로는 학생, 최종적으로는 잡마켓)과 같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네덜란드의 HBO는 노골적이며 거침이 없고, 한국 4년재 대학들은 실제로는 이미 기업화 되었지만 여전히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라벨을 선호하고, 또 그 라벨을 떼어 버리기엔 대학 선생들이 WO 기준으로 상향 평준화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WO 졸업생들이 훈련받은 비판적 사고능력과 Validity 또는 Reliability가 높은 글쓰기 능력은 향후 커리어에서 WO 졸업생들에게 더 높은 (더 좋은과 약간 궤를 달리하여) 기회를 제공할거 생각한다. 특히 데이터 기반 사회를 살아가는 현 세대에게 있어 각종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리하게 해석하여 실무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은 더 이상 일부 전공에 국한된 역량이 아니다. ‘정확성’과 ‘논리적 절차’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고 기반이 약한 HBO의 무른 교육은 WO 와 경쟁구도를 이룬다고 했을 때, 손쉽게 경쟁 열위에 머무는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느끼기에 그간 HBO의 교육이 Validity 또는 Reliability에 대한 강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지금까지 실제 실무 현장 (특히 일반 기업)에서 그토록 높은 수준의 과학적 사고 결과물들을 요구하지 않았고, 과거 HBO의 교수진들 역시 그런 종류의 업무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WO는 태생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또 하나, 학부 교육의 질 측면에서 HBO는 이미 WO를 앞서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WO가 본래 교육 목적인 연구자 양성에 온전히 집중할 경우, 그래서 좋은 연구물을 생산하는 것 외에 다른 교육은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경우라면 현재 해당 분야 저널에 논문을 생산하고 있는 박사급 선생들이 최선이다. WO 교수진의 경우 학자로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에 학부 강의를 맡게 된다. 때때로 박사 후보생이 수업 일부를 맡기도 하는데, 해당 분야 가장 최신 트랜드는 해당 분야 대가와 함께 논문을 쓰는 박사후보생이 꽤 잘 알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교수들 역시 꾸준히 좋은 논문들을 내고 있기에, WO의 교수풀은 연구자를 키워내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그러나 협업, 산학협력, 협력학습, 학생중심교육, 기업가정신 등 그간 HBO가 간판으로 걸던 키워드를 교육과정 안에 동시에 풀어내려고 할 경우, 첫 째는 ‘수준 높은 이론’과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실무’가 당장에 만날 수 없는 수 많은 본래적 지점들 때문에, 둘 째는 그간 교육 자체에만 집중해 온 HBO의 축적된 노하우 때문에 WO의 수업이 삐걱거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HBO의 경우 대부분의 교수진은 Docent (영어로는 Lecturer) 이며 일부는 Docent 와 Researcher 포지션을 같이 가지고 있다. Docent는 WO의 Assistant Professor와 같은 랭킹이며, Senior Docent는 WO의 Associate Professor와 비슷한 랭킹이다 (완전히 같다고 보긴 힘들다 특히 급여 면에서 ㅋ). 보통의 HBO 교실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HBO의 Lector 는 WO의 Full Professor 에 해당하며 내 외부적으로 교수로 부를 수 있지만 역시 그냥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많다. WO의 경우 랭킹은 Lecturer, Assistant Professor, Associate Professor, Full professor 이렇게 나누어진다. 공식적으로는 Full professor 만 ‘교수’라는 타이틀로 불리울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그냥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즉 네덜란드 대학에서 교수라고 불리울만한 사람은 HBO의 Lector, WO의 Full professor 밖에 없다. 참고로 최근들어 WO에서 Lecturer는 보다 교육에 중점을 둔 교원으로, 나머지 랭킹들은 연구에 집중하는 포지션으로 조금 더 선명한 구분을 지으면서 자연히 WO Lecturer의 지위가 상승하게 되었다. WO의 경우 교수진들이 학과 경영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HBO는 회사처럼 교수진 외에 메니저와 디렉터 그룹이 있다.

 

3. MBO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일가느? 

내 개인적인 견해일지 모르나, 앞서 적었듯이 네덜란드는 문해력, 비판적 사고력을 포함한 논리적 글쓰기 능력, 더 나아가 정보 수집-해석-분석 능력의 필요와 정도에 따라 현실 직업 세계를 계급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고등교육의 수준 또는 레벨은 이런 계급적 프레임에 따라 나뉘어져 있다. 가만히 몇 시간 앉아서, 특정 분야 주요 논문 몇 개를 리뷰하고, 자기 생각을 간명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풀어냈을 때 지적 성취감을 느끼는… 그런 걸 오랜 기간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질이 ‘공부 잘 하는’ 것이라면 MBO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긴 하다. 소위 노동/기술 집약적이고, 반복과 경험의 누적으로 expertise를 획득하는 직업군을 위한 교육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느껴지는 건 좀 다르다. 우리 학교 옆에 있는 MBO에는 비행기 정비에 특화된 학과가 있는데, 실습용 전투기들이 그 학교 실습장에 들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 복잡한 기계를 열어놓고 또 복잡한 정비 도구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는 그 학과 학생들과, BMC (Business Model Canvas) 템플릿 하나 달랑 펼쳐놓고 온갖 개념과 추상에 둘러쌓인 우리 학과 학생들을 비교하다 보면 누가 소위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지 엇갈릴 때가 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MBO는 ‘실용교육’의 실현 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 HBO가 WO와 영역다툼을 하는 사이, MBO는 실무형 교육의 정점으로 다가서고 있고, HBO는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4. 네덜란드는 명문대가 없다?

  • 살아 남은 학교들은 모두 좋은 학교들
  • 그러나 더 좋은 프로그램(전공)은 분명히 있음

네덜란드 대학은 모두 명문대라거나, 랭킹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데 실제로는 안 그렇다. 좋고 나쁜 학교가 있고 (단 나쁜 학교는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진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은 프로그램(전공)이 분명히 있다. 게다가 순위와 평점에 이토록 예민한 대학 교육 시스템이 있을까 싶을만큼 내/외부 평가에 민감하다. 학생 입장에서 좋은 학교/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우선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아는 것부터 중요하다. 경영대, 의대, 공대와 같은 넓은 범주 말고, HBO와 WO에 설치된 학과들의 세부 프로그램을 가능한 많이 살펴보는게 좋다. 이 때 WO만 고려한다면, 전공을 정하는데 있어 선택지에 고전적인 전공들만 남게될 수 있다. 시야를 넓히면 멋진 전공들이 정말 많은게 네덜란드 대학이다. 특히 HBO에는 젊은 학습자,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독특하고 유연한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

HBO, WO 모두 학교마다 전통적으로 강세인 분야가 있으니 이 쪽을 살피는 것도 좋다. 의대까지 PBL을 하고 있는 Mastricht (WO) 대학이나, 강의-시험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수업-평가 방식을 탈피하고 있는 Avans (HBO) 처럼 커리큘럼의 특성에 따라 학교를 미리 정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살펴봐도 좋다. HBO의 경우 트렌디한 전공이 설치되기도 하지만 반면 학교/전공 통폐합도 자주 일어나니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확실한 프로그램(역사가 오래 된 프로그램이나, 잡 마켓에 타게팅을 정확하게 한 전공)을 고르는게 좋고, WO의 경우는 해당 전공 교수(Full professor)가 지금도 꾸준히 논문을 내고 있는지 먼저 검색해보고, 해당 프로그램의 석사/박사/포닥/조교수/부교수 등 모든 구성원들이 얼마나 많은 (그리고 좋은) 논문들을 꾸준히 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정말 좋다. 그런데 막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이, 특히나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유학을 계획중인 학생들이 검색하기엔 어려운 내용이긴 하다…

 

5. 네덜란드는 (한국에 비해) 교육 선진국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때때로 난 교육 때문에 네덜란드로 왔다거나, 그 때문에 네덜란드에 정착했다는 말을 들으면 여러 챕터가 생략되었다고 느낀다. 한 나라의 교육을 다른 나라와 통째로 비교하는게 어떻게, 얼마나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난 지금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교육에 대해서도 한국과 비교란 걸 할 엄두도 안난다. 대신 네덜란드 대학이 다소 구시대적인 접근법을 가지고도 ‘교육’이라는 업의 본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교육 환경을 이루었다고는 생각한다. 네덜란드 사회, 혹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 알려진것처럼 그렇게 개방적이거나 관용적이지많은 않다고 느끼는데, 한편 교육이라는 행위 또는 학교를 경영하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을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업무 면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잘 타협하지 않는 것 같다. 부수적인 것들이나 비 본절적인 것들은 언제든 재평가 하여 버릴 수 있는 과감함도 갖춘 것 같다. 아, 시대의 변화, 세대의 변화, 교육 방법의 변화에 교육 공간(건물, 설비, 인테리어 등)이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정치/제도의 산물이지 않을까? 교육을 바꾸려면 문화나 시대정신을 바꿀 게 아니라 그냥 법을 제대로 개정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내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 아이가 조금 더 아이답게 크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 시대, 특히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울 이런 어리숙함을… 초등학생들에게서도 보고, 중고등학생들에게서도 보고, 내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서도 본다. ‘공동체’, ‘우애’, ‘우정’ 같은 낡은 단어들이 아직 유효하다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 면에서 네덜란드는 조금 뒤에 앞서 있다.

 

 

계속 추가될 예정.

네덜란드 교육 진흥원 자료도 참고하면 좋다 (아래 링크)

the-dutch-education-system

영상도 있다.

인생 피자

점심에 멋은 맛있는 피자 이야기. Jumbo Foodmarkt에서 살라미 피자에 모짜렐라와 블랙 올리브를 올려달라고 주문했는데, 직원이 나중에 몇 조각으로 자를건지 먼저 물었다. 8등분 해달라고 했는데, 도우를 얇게 펴서, 모서리 근처까지 치즈를 골고루 뿌린 다음 9장의 살라미를 뭔가 정성스럽게 얹었다 (살라미 한 장을 중심에 놓고 나머지는 한 조각에 살라미가 한 장씩 들어갈 수 있는 일정한 간격!). 올리브 역시 한 조각에 2-3개쯤 먹을 수 있게 올리되 두 번 배어 먹을 걸 생각해서 중심부에 가까운 쪽에 하나, 나머지는 조금 멀리 얹었다. 허브도 처음부터 뿌리지 않고 (그럼 나중에 약간 타서 쓴 맛이 난다) 오븐에서 중간쯤 피자를 꺼내 허브를 골고루 뿌리고 다시 오븐에 넣는 걸 봤다. 오븐에서 꺼낸 다음에는 더 읽기 »

Hamra by Collectif Encore

오랜만에 스크렙하고 싶은 건물 발견. 탁 트인 대지, 굴뚝/난로/사다리/지붕/욕조의 활용법,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창, 단순한 매스, 콘크리트와 나무의 합, 주택이자 일하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우겨넣으면 대충 이런 건물이 나오는구나.

설계 및 인테리어 디자인: Anna Chavepayre, Collectif encore

사진: Michel Bonvin

https://www.archdaily.com/910867/hamra-collectif-encore

 

요즘

요즘 진저브래드맨에 푹 빠져있는 서진이와 만든 과자. 지난주 쿠키맨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파우더랑 장식용 설탕 튜브를 샀었는데, 오늘 보니 집에 버터가 없어서 아이와 슈퍼에 다시 다녀왔다. 버터를 손에 들고 핑크퐁 진저브래드맨 노래를 부르며 신나했다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모든 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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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3 POLTRONA, Cassina

외출보다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멋진 암체어는 인생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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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핀란드 Tampere에 위치한 TAMK Proakatemia로 출장을 다녀왔다. Tampere는 Tilburg처럼 과거 섬유산업이 견인했던 도시라는데 지금은 젊은 기업들이 옛 공장 건물들을 채워가고 있다. TAMK는 학생 만 명 규모의 대학이고, Proakatemia는 그 중 선발된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 직접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지역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종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본 캠퍼스에서 1년을 보내고 Proakatemia로 오면 강의와 시험은 사라지고 Proakatemia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따라 나머지 3년을 보낸다. 학생들은 열정적이었고, 선생들은 차분했다. 그들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하나의 학습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는데,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의 공동체성을 발견하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교에 들어갈 때 우리는 먼저 신고있던 신발을 벗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신발을 벗는 그 순간에 거의 다 담겨있다고도 생각했다. 조금, 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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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교육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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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

결혼 10주년

벌써 10년. 한 팀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들.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기

Fontys에서 일을 시작할 때 노트북, 휴대폰과 심카드, 사물함 하나를 받았다. 난 내 방이 따로 없고 ‘Factory’라는 공간에 빈 자리가 있으면 그냥 앉아서 일한다. IT부서나 행정직원들은 대부분 자기 방과 책상이 있는 반면, 학과에 속한 사람들은 심지어 학장까지 노트북 하나 들고 빈 자리를 찾아다닌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자료를 PDF로 읽고, 글은 워드에 쓰며, 계산은 엑셀로, 강의 자료는 PPT로 만든다. 함께 쓰는 자료들은 클라우드에 있고, 나 역시 모든 자료를 공유폴더에 저장하고 싱크 시킨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리는 오피스 도구 덕에 실시간으로 작업하여 공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고 보니 일하는 방식이라는게 이렇게나 빨리,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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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올 여름은 유독 길고 더웠다. 그러다 어느 날 찬 바람이 불더니, 뜨겁고 환하던 여름이 갑자기 끝나버렸다. 물론 휴가도 함께 끝났다. 이 집에서 아이와 처음 보낸 여름은 정말 좋았다. 부엌에서 뜰 쪽으로 난 문을 열어놓으면 아이는 온 종일 집 안팎을 오가며 놀았다. 이 집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

공룡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큰 공룡이고 아이는 아기 공룡이었는데, 배가 고파서 엄마를 먹어야겠다고 하니 아이는 나를 막아서며 그러면 안된단다.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 으어~ 소리를 내며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갑자기 자기를 대신 먹으라고 소리쳤다. 이게 그 아이를 키우다 갑자기 울컥한다는 그런 순간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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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티스(Fontys) Academy for Creative Industries

 

8월 20일부터 Fontys ACI(Academy for Creative Industries)로 출근한다. 일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에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되었다. 평소 관심 있던 창의성, 디지털 비즈니스 컨셉에 관해 가르치면서 연구 시간도 가질 수 있고, 2019년에 입주할 새 건물의 학습공간 디자인 과정에 일부 참여하기도 한다. 박사 논문 주제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고, 일종의 정년 트랙에 들어왔으니 여러모로 내 경력의 중요한 분기점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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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roquai Bee Gees Mashup – Pomplamoose

어라,

슬픔의 유통 기한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오래 슬퍼할 일이 생길때면, 난 이 슬픔의 유통 기한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어느 동안은,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농담이나 누군가의 사사로운 일상을 보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그 역시 내가 슬픔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 비판하겠지만.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슬픈 일들이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그것이 아무런 의미도 아닌 사람들이 남기는 글을 읽으며 난 피로와 배신감을 느낀다. 되려 이를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 악인이 너무 많은건 아닐까 생각했다.

세월호가 가라 앉을 때 그 슬픔에는 기한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난 금새 다시 웃었고, 일상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내게도 어떤 기한이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짧았다. 나도 결국 그냥 타인이었던 걸까… 

내가 친구와 선생으로 여기는 많은 이들이 어제 오늘 많이 슬퍼하고 있다. 나도 한 마음이다.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슬픔의 유통기한과 상관 없이. 

아 정말. 멋지군.

Three Meals a Day

하루 세 끼 밥 먹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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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

긴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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